2018년 11월 22일 목요일

Issue3: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행위, 그리고 ‘장면’



Book Review: "Urban Code: 100 Lessons for Understanding the City"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행위, 그리고 '장면'

@ 김종연,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건축학부 학석사 통합과정


도시를 이해하는 100가지 코드라는 책의 부제와는 사뭇 다르게, 이 책은 명료한 단어 선택과 간결한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도시를 읽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도시의 역사, 도시 설계 모형 등의 어려운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도시의 여러 풍경과 시민들의 행위를 장면으로 표현하여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알기 쉽게 알려준다. 또한, 여태껏 학교에서 건축 설계 프로젝트를 하며 대상지와 주변을 조사하고 분석해온 작업과는 다르게, 도시는 해석의 방향을 완전히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도시는 장면으로 구성된다.” 이 책을 시작하는 말이다.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있어서 장면을 생각하며 설계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면이란 결국 사람의 시선에서 보이는 현상, 혹은 풍경인데, 대부분의 건축학과 학생들이 설계하는 도면은 건물의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본 평면도이다. 평면도는 건물의 공간 구성은 명확하게 보여주지만 실제로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공간을 인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에 가까운 도면은 입면도와 단면도이기 때문에, 평면도를 바탕으로 건축 설계를 하던 학생들에게 있어서 단면과 입면을 바탕으로 공간을 인식하는 일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은 평면도의 시선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틀을 깨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도시를 구성하는 장면들을 보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도시에서 일어나는 각종 행위와 풍경을 보는 것을 의미하는데, 저자는 뉴욕의 소호 거리의 예시를 통해 행위와 풍경이 만들어내는 문법을 100가지로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설명해준다. 100가지 문법은 각각 다른 주제로 나열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인과관계를 통해 형성된다. 예를 들어 [02 노점상은 해바라기를 닮았다]의 내용을 보면, ‘본능적으로 햇살에 따라 자리를 잡는 그(노점상)들은 사람들이 햇살에 몸을 맡긴 채 거니는 걸 즐긴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있었던 듯 하다.’는 문장은 [01 사람들은 햇살 아래에서 걷기를 좋아한다]의 내용 중 밝고 따사로운 햇살은 포근하고, 도시인은 그에 매료된다.’는 내용에서부터 이어져, 노점상이 도시를 거니는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상점의 위치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뿐만 아니라 05~07번 코드에서는 사람들의 소비 덕분에 상점의 주인들은 상점의 임대료를 낼 수 있게 되지만, 고객의 수가 많아질수록 임대료가 오르기도 하며, 유명 브랜드는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번화가에 자리를 잡는다는 순서로 내용이 이어지며, 이는 08~15번 코드에 걸쳐 각종 브랜드의 체인점이 거리에 주는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 브랜드가 소비자를 더 이끈다는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관광객이 들고 다니는 쇼핑백이 브랜드의 광고 역할을 한다는 순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렇듯, 도시의 여러 풍경은 시민들의 행위의 이유가 되고 그 행위들이 모여 다시 새로운 풍경이 생기는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

책 내용 중 36페이지의 18번 코드에서,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삶]을 인용한 부분에는 이런 말이 나와있다. ‘도시설계가들과 도시건축설계가들은 사람들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점을 도무지 이해 못하는 듯하다.’ 이 내용을 보고 내가 여태 건축 설계 수업을 들으며 해온 설계 과정을 돌아보니 정말로 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여태까지의 설계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사람들이 끌어들여진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그곳을 가지 않으면 결국은 그 누구도 그 공간에 가지 않는다. 건축 설계에서 벗어나 도시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문제점을 찾아 프로그램을 제시하여 해결하는 1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행위를 분석해서 제시하고자 하는 공간에 또다른 행위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도시 설계에 입문하는 우리 같은 학생들에게 좋은 참고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00가지 코드들이 모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는 간혹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드러나는 코드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5 교차로는 또 하나의 광장이다]에서 저자는 교차로가 사람들이 이동하며 우연한 만남, 결정 등의 행위가 일어나기 때문에 광장이라고 표현한다. 저자 또한 교차로는 길이 만나는 지점으로 광장과 정 반대의 개념이지만서도 사람들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광장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거부터 광장의 역사를 보면, 고대 그리스 시대의 아고라, 중세 시대의 교회 광장, 그리고 르네상스 도시 계획의 중심이 된 도심 광장 등에서 일어났던 사람들의 행위를 보면, 광장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정치적, 종교적 회합을 하기도 하고 그 공간 자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교차로에서는 이와 전혀 다른 행위들이 일어난다. 사람들의 행위는 신호를 기다리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뿐이고, 차들이 쉼 없이 오가기 때문에 사람들은 교차로의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다. 책의 내용에 의하면 교차로의 가판대, 노점상에서 핫도그나 신문 등을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행위들을 광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이 행위들은 그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교차로는 바쁜 사람들이 길을 건너 자신들의 목적지로 가기 위한 동선이며,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더 먼 곳의 목적지로 가기 위한 동선일 뿐이다. 광장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사람들은 많이 때문에 광장을 일종의 교차로로 이해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교차로는 아무리 봐도 광장이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고, 많이 지나가는 공간을 광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교차로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일부 코드는 객관적인 정보라고 하기에는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100가지 코드를 제시하며 도시를 이해하는 참고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객관적으로 도시의 장면을 읽고 분석하는 내용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점을 제외하면, [도시를 보다]는 뉴욕의 특징을 기준으로 도시를 잘 해석하여, 상호작용하는 100가지의 코드로 설명을 하고있다. 덕분에,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도시를 건축적, 평면적으로 이해하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고, 사람의 시선에서 각종 행위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풍경들, 그리고 그 풍경들에 의해 새로이 형성되는 또 다른 행위들이 담긴 도시의 여러 장면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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